세상엔 사랑으로 품고 가야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낙서장


세상의 모든 병신들에게 영광있으라!



공지 겸 잉여포스팅.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한일전쟁> Chapter.06 쓰시마 해전 - 03 한일전쟁

* 등장하는 인물, 배경 설정은 모두 허구입니다. 진지하게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 연재는 http://synki21.egloos.com/, http://raonlife.com/synki21/, 유용원의 군사세계 창작소설란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 외 다른 곳으로의 불펌은 불허합니다.

* 오타,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Chapter.06 - 03


  1월 6일 월요일 10:12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 모지(門司)구

 기타큐슈와 시모노세키를 갈라놓고 있는 간몬해협(関門海峡)을 차량이나 철도로 건너는 방법은 4가지가 있다. 차량으로는 간몬교(関門橋)나 간몬터널(関門トンネル)을 이용할 수 있고, 철도로는 산요본선(山陽本線)을 타고 모지역(門司駅)에서 시모노세키역으로 연결되는 간몬철도터널(関門鉄道トンネル)이나 산요신칸선(山陽新幹線)을 타고 고쿠라역(小倉駅)에서 신시모노세키역으로 이어지는 신간몬터널(新関門トンネル)을 통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4가지 수단은 혼슈와 큐슈를 육로로 잇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에 교통량도 많고 그 중요성도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그 교통로들이 집중되어 있는 모지구 일대에서는 아침부터 눈길을 끄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황급히 달려온 경찰과 소방관들이 교량과 터널 입구를 봉쇄하고 반경 500미터 안쪽에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려 애쓰는 가운데 히가시모지와 히가시혼마치 일대는 매우 혼잡한 모습이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침착하게 대피하던 것과는 또 다른 기색의 사람들은 경찰의 통제에 따라 호기심 반, 두려움 반 뒤섞인 얼굴로 걸음을 재촉했다. 

 “에이 다들 멍청하긴. GBU-39 SDB는 GPS/INS 유도방식의 250파운드급 소형 관통폭탄이라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정밀하게 목표를 타격하는 물건이라고! 애당초 저렇게 난리법석을 떨 필요가 없단 말이지!”

 토요스미 후토루(豊住 太)는 멀리 아래쪽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내려다보며 잔뜩 재는 얼굴로 혀를 찼다.
 그는 지금 모지코 레트로 하이마트 31층 전망대에 올라와 있었다.
 약 30분 전, 한국군의 공습 계획이 발표된 뒤 방에서 얼룩무늬 도색의 고배율 쌍안경과 디지털 카메라를 챙긴 그는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왔다. 방 밖으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 계단을 오를 때 조금 심하게 헉헉대야 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런 장관을 놓칠 수는 없었다.
 베트남전 이후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전쟁. 그리고 바로 집 앞에서 펼쳐지는 정밀유도병기에 의한 폭격. 매번 봐서 지겹기까지 한 후지화력연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평생 한 번 볼까말까 한 구경거리였다. 그래서 토요스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기록해 두고두고 자랑거리로 삼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인 것은 이런 장관을 혼자서 즐길 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 이곳 전망대는 토요스미 외에도 최소한 3개의 텔레비전 방송국과 20명의 사진기자들, 그리고 평소엔 얼굴도 보기 힘든 동네 주민들로 생각되는 슬리퍼와 트레이닝 복 차림을 한 30~40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심지어는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아저씨나 아줌마들의 모습도 보였다.
 모지코 레트로 하이마트(門司港レトロハイマート)는 모지 항 일대에 조성된 관광명소 모지코 레트로(門司港レトロ) 북쪽에 우뚝 선 31층의 고층빌딩이다. 업무용 빌딩이 아닌 아파트일 뿐이지만 세련된 외관에다 옥상에 헬리포트까지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간몬교와 모지항, 그리고 간몬해협과 해협 너머 멀리 시모노세키 시가지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입지조건으로 인해 기막힌 경관을 자랑한다. 따라서 해협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는 것이 당연했고, 사람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전문가용 DSLR을 들고 있던 텁수룩한 수염의 아저씨 한 명이 말을 걸었다.

 “어- 이봐. 학생인 것 같은데 혹시 이런 데 관심 있나?”

 “이런 데라뇨?”

 “그러니까 그… 밀리터리 오타쿠냐 이 말이지.”

 “그런데요?”

 대충 걸친 점퍼 안으로 비죽 튀어나온 옆구리 살을 벅벅 긁으며 되물으니 솔깃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난 기자인데 이런 분야는 잘 몰라서. 원래 다른 사람이 오기로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내가 찍으러 왔거든. 그래서 학생이 잘 알면 인터뷰도 할 겸 정보나 좀 얻으려고.”

 “그래요? 기사로 써 줄 건가요?”

 “당연하지.”

 “오~ 그럼 물어 보세요. 다 대답해 드릴 테니까요.”

 신이 난 토요스미는 자신이 아는 것을 주절주절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SDB라는 것이 말하자면 소형 폭탄인데, 활공날개가 달려 추진체 없이도 사거리가 111km나 되는데다 GPS유도로 명중률이 매우 높아요. 소형이라 많이 탑재할 수 있는 게 장점인데 그러면서도 관통능력은 2천 파운드 관통폭탄이랑 맞먹죠.

 “잠깐, 소형 폭탄인데 대형 폭탄만큼 위력이 크고 피해는 작다는 게 무슨 말이지?”

 “다른 것 말고 관통력 쪽으로 그렇다는 거예요. 강화콘크리트 2미터를 뚫고 들어가는 능력은 비슷하지만 작약이 적어서 폭발력은 떨어져요. 그래서 폭발하면 표적은 파괴되지만 주위에 미치는 영향은 작다는 거고. 우리가 여기서 폭탄이 터널에 떨어지는 것을 구경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죠.”

 “정말이야?”

 “아 글쎄 그렇다니까요!”

 GBU-39의 폭발 범위는 26피트 정도로, 2천 파운드급 폭탄의 폭발 범위가 82피트 가량인 것에 비하면 매우 작다. 따라서 지금처럼 시가지 한가운데 있는 목표를 파괴하고자 할 때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기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그 부분을 계속해서 물어봤다. 아무래도 나이가 어린 편인 토요스미가 하는 말이 미덥지 않고,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크기는 작은데 위력은 같고 피해는 적다니. 이런 쪽에 관심이 없다면 이해가 가지 않을 만도 했다.
 아는 것이 없는 비전문가에게 일일이 설명해주려니 피곤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토요스미는 침을 튀겨가며 손짓발짓을 더해 열성적으로 임했다. 지난 몇 년을 통틀어 모니터 너머 이외의 사람들이 그의 말에 이토록 주의를 기울여준 없었기 때문이다.


 고도 3만 피트에서 렉과 분리된 1.8미터짜리 폭탄의 날개가 펼쳐졌다. ‘다이아몬드 백’이라고 불리는 조금 특이한 형식의 주 날개와 4장의 꼬리날개가 펼쳐지자 관성과 중력으로 자유낙하 하던 폭탄은 자세를 안정시키며 활공하기 시작했다.
 상공에 풀어놓은 GBU-39는 총 12발에 달했다. 12발의 폭탄은 단 한 기의 F-15K에서 투하됐는데, F-15E나 F-15K의 경우 동 폭탄을 이론상 최대 28발까지 장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슷한 관통능력을 가지는 2천 파운드급 폭탄의 경우 실질적으로 4~5발, 최대 7발을 장착하는 것이 한계라는 점을 본다면 강화된 다수 표적의 제압이라는 면에 있어서 엄청난 비교우위를 가져다 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최대사거리 부근이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투발됐기 때문에 활공 시간은 짧았다. 입력된 좌표에 따라 제각기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활공하던 폭탄들은 거의 비슷한 시점에 지상에 돌입했다. 그 가운데에는 다른 것들보다 조금 더 큰 주인공들도 섞여 있었다.


 -쾅! 콰쾅! 콰앙~!

 폭발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슬로우 모션으로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그래서 토요스미는 폭탄이 날아오는 것도, 날아온 폭탄이 거의 수직으로 터널 상부에 내리 꽂히는 것도 보지 못했다. 다만 뭔가 슉 하더니 번쩍 하고는 진동과 함께 조금 전까지 터널이 있던 자리에 수 미터짜리 먼지기둥이 치솟았을 뿐이다. 폭발 소음은 1.5초 뒤 그를 덮쳤다.

 “오! 오아!”

 네 발의 285파운드 관통폭탄이 잇달아 터널 상부를 직격한 충격은 가볍지 않았다.
 먼저 두 발이 터널 입구를 위쪽에서부터 관통하며 타격을 가했고, 뒤이어 나머지 두 발이 터널 바닥에 곧장 꽂히면서 폭발했다. 터널 위쪽을 관통한 두 발이 내부에서 50파운드 탄두를 기폭시키며 안쪽을 엉망으로 만들자 나중에 내리꽂힌 두 발은 아예 지면을 관통하며 도로를 온통 헤집어 놓았다. 폭발 충격에 주변 건물 유리창들이 와장창 부서졌고, 자잘한 파편과 먼지구름이 바닥에 넙죽 엎드린 사람들의 머리 위로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그런데 그 중 유난히 힘을 받은 손가락 마디만 한 파편 하나가 허공으로 비산했다. 그 파편은 폭발 지점에서 550미터 정도 떨어져 우뚝 솟아 있는 모지코 레트로 하이마트 옥상 쪽으로 날아왔다.

 -따악!

 “으악!”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온 파편은 폭발 장면에 입을 쩍 벌리고 감탄하고 있던 토요스미의 미간으로 정확히 날아들었다. 마치 과녁이라도 그려진 것 마냥 정확히 눈썹 사이를 강타당한 토요스미는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그대로 넘어가 버렸다.

 “어 이봐, 학생! 정신 차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던 그 기자는 호두 깨지는 소리와 함께 대자로 뻗어버린 토요스미를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뒤로 벌렁 자빠진 토요스미는 눈과 입을 모두 까뒤집은 채 정신을 잃고 있었고, 그의 미간에는 조금 전 당한 일격으로 입은 상처가 굉장히 부풀어 오를 기세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봐 학생! 뭐야, 피해범위가 적어서 멀쩡할 거라더니!”

 사람들이 모이며 웅성거리는 가운데 기자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보다 남쪽에 있던 두 곳에서도 공격이 가해졌다.
 모지역과 고모리에역(小森江駅) 사이에 위치한 간몬철도터널 입구를 따라 4발의 SDB가 차례대로 날아와 박혔다. 거의 1초 남짓한 차이를 두고 순서대로 처박힌 4발의 폭탄은 그리 두텁지 않은 콘크리트 지붕을 뚫고 레일이 깔린 지면까지 들어가 박히며 연속적으로 폭발했다. 지그재그로 뚫린 4개의 구멍과 터널 입구로 뿜어진 먼지구름이 자욱하게 이며 자갈과 부서진 레일, 침목 조각들이 우수수 뿌려졌다.
 남서쪽으로 4.5km 떨어진 고쿠라역 동쪽에 위치한 산요신칸선 신간몬터널 입구 역시 폭탄 세례가 가해졌다. 고쿠라역에서부터 시작된 긴 고가철도 구간을 벗어나자마자 곧바로 터널로 연결되는 신간몬터널 입구는 지하 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150미터 정도가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데, 바로 이곳을 향해 역시 4발의 SDB가 줄줄이 수직으로 돌입했다.
 20~30미터 간격을 두고 마치 입수라도 하듯 손쉽게 콘크리트를 관통해 들어가는 SDB의 사입구 위로 물기둥 대신 파편, 먼지가 뒤섞인 먼지기둥이 세워졌고 탄체가 폭발한 내부는 작렬하는 화염과 폭풍으로 산산이 할퀴어졌다. 삽시간에 100미터도 넘는 구간이 온통 난장판이 되는 것과 별개로, 미처 대피하지 못했던 지상의 차량 몇 대가 주차장에서 쏟아지는 잡석들에 두드려 맞고 약간의 보험 소요를 불러왔다. 요란한 차량 경보기 소리가 깔끔하게 이뤄진 폭격의 끝자락을 장식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지막에 등장한 주인공은 앞선 조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잊은 채 옆에 쓰러진 토요스미의 뺨을 때리며 연신 정신 차리라고 채근하던 기자는 뭔가 번쩍 하는 느낌에 고개를 획 돌렸다.

 “…?!”

 멀리 간몬 해협을 가로지르며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던 간몬교 동쪽 주탑에 평소에는 볼 수 없던 화려한 장식이 덧붙여져 있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깨닫기도 전에 육중한 폭음과 함께 다시 두 번째 섬광이 번쩍였다.

 -콰콰쾅~!

 앞선 동료에 이어 두 번째로 날아온 GBU-24는 조금 전 폭탄을 얻어맞은 트러스 구조로 지어진 주탑의 반대편 기둥에 정확히 명중했다. 타게팅 포드에서 찍은 조준점에서 불과 1미터 비껴간 지점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날아든 1065kg짜리 레이저 유도폭탄은 상판과 연결되는 부분을 때리며 지연신관을 격발시켰고, 그 직후 내부에 충진된 242.9kg의 고성능 작약이 활성화되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아~!”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2천 파운드급 관통폭탄의 폭발은 폭발 순간 주위 공기가 밀려나며 일그러져 보이는 충격파가 육안으로 식별될 정도의 위력이다. 따라서 그런 것을 연속으로 두 발이나 얻어맞았다면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제대로 남아날 턱이 없었다.
 간몬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연속적으로 벌어진 폭발 직후 높이 141미터의 주탑이 중간쯤에서부터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폭발에 휘말리며 살점처럼 뜯겨 나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파편들이 비산하며 그려내는 포물선이 잇달아 수면 아래로 종착점을 맞이하는 가운데 쇠와 쇠가 비틀어지는 끔찍한 소음이 해협 전체를 가득 메웠다.
 경간 714미터나 되는 거리에 장대하게 드리워져 있던 주 케이블과 상판으로 연결되어 있던 행어들이 심하게 흔들리며 흡사 다리 전체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해협 양쪽 수만 명의 눈과 입에서도 죽을 때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악과 공포가 가득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아래쪽에서 난리가 벌어진 그 때 해협 위로는 발톱에 선물을 가득 움켜쥔 독수리들이 머리를 동쪽으로 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1월 6일 월요일 10:18  야마구치(山口)현 시모노세키(下關)시 상공

 16기의 F-15K가 해협 상공을 빠르게 통과했다. 이들은 개전 이후 줄곧 대함공격을 위한 예비로 지상에 묶여 있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출격을 감행하게 된 102대대와 이를 보조하게 된 122대대 기체들이었다. 102대대 기체들의 경우 며칠 동안이나 지상에서 구르다가 무장을 환장하고 급조된 미션을 수행하러 나선 길이었지만, 저고도를 유지하며 밀파워를 당기고 있는 이들의 모습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해협을 통과하자마자 편대군은 두 개로 나뉘었다. 4기씩 편대를 구성한 12기가 넓게 퍼지며 저공으로 내려가는 가운데 나머지 4기는 고도를 높이며 빠른 속도로 동진했다. 이들 4기는 아래쪽에 있는 12기와는 달리 레이더를 켜고 만방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위치였다.

 [레이더 컨택, 0-4-5에서 그린 플러스 텐. 써리. 두 마리입니다. 600노트로 X빠지게 달려오는 중.]

 WSO 김이사 대위의 말에 김철민 소령은 올 것이 왔다는 투로 말했다.

 “두 마리가 빠져 나왔나. 좋아, 아랫목이 먼저 맡는다. 우린 물건부터 배달한 뒤에 같이 손님맞이한다.”

 [라져. 지금 갑니다.]

 경쾌한 응답과 함께 아랫목이라고 불린 서가정 대위와 오구석 대위의 기체가 편대에서 분리되며 방향을 틀었다. 이들은 조금 전 간몬 해협 일대에 12발의 SDB와 2발의 GBU-24를 뿌리고 난 뒤라 지금은 남아 있는 공대공 무장으로 공중 엄호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방부의 공습 계획 발표 이후 혼슈 서부 상공에는 서너 개 편대의 항공자위대 전투기들이 출격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한국 공군 역시 공격 편대들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대규모의 호위그룹을 띄워 모처럼 치열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그 틈을 타 해협을 빠져 나온 것인데, 확실하게 마크되지 않은 일부 편대가 이쪽의 존재를 눈치 채고 빠져 나온 모양이었다.
 편대가 분리된 이후 김철민 소령은 김이사 대위에게 물었다.

 “남은 거리는?”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텐!]

 “라~져. 밤 체크해!”

 10마일 남았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바로 코앞이나 마찬가지인 거리였다. 김철민 소령은 기세 좋게 외치고는 귀와 조종간에 주의를 집중했다.

 [인게이지! 팍스3! 팍스3!]

 서가정 대위의 사인이 들려왔다. MFD를 보니 북동쪽에서 진입하던 적기에 대해 선제공격을 시도한 것 같았다. 아군이 이미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주 공격군을 구성하고 있는 102대대 쪽 어디서도 스파이크 사인이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저 두 마리의 적기들은 이쪽을 저지하는 것을 포기하고 자기 방어를 우선으로 둔 모양이었다. 공격의 성공이 목전에 다가와 있었다.

 [체크포인트, 체크포인트.]

 목표 지점에 도달했다는 김이사 대위의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김철민 소령은 곧바로 반응했다.

 “라져, 체크포인트. 구들장 밤스 어웨이! 밤스 어웨이!]

 [밤스 어웨이!]

 거의 동시에 2기의 F-15K에서 무더기로 폭탄이 떨어져 나갔다.
 BRU-61/A smart pneumatic carriage는 개당 4발의 SDB를 탑재할 수 있다. 따라서 동체 하부 양 측면에 4기의 BRU-61/A를 장착한 김철민 소령과 윙맨은 각각 16발의 SDB를 움켜쥐고 있었다. 구들장 편대가 밤스 어웨이를 외치며 기수를 돌리자 상공에는 구속에서 풀려난 합계 32발의 활공유도폭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시스템 패키지 가격으로 발당 7만 달러, 합계 112만 달러나 되는 돈을 허공에 뿌린 뒤 시원한 쾌감을 만끽하고 있던 김철민 소령의 귀에 역시나 반가운 소리가 추가됐다.
 
 [체크포인트, 롱 라이플, 롱 라이플.]

 침착한 사인과 함께 102대대 기체들이 장비한 AGM-84H, 통칭 SLAM-ER로 불리는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기 시작했다.
 SDB와 GBU-24로 무장했던 구들장 편대와 달리 공습에 참가한 102대대 기체들은 모두 양쪽 주익 파일런에 SLAM-ER 2발씩을 탑재하고 있었다. 개별 간격과 고도를 조금씩 넓게 두고 있던 F-15K들은 짧은 시간에 총 24기를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FX 1차 사업에서 F-15K를 선정하는 것과 함께 45발이 도입된 SLAM-ER은 현 시점에서 공군의 유일한 장거리 스탠드-오프 공대지 미사일이었다. 팬텀에서 운영하는 AGM-142는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편이고, JASSM과 타우러스를 후보로 진행했던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도입사업은 아직 실제 체계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GM-84H SLAM-ER은 대함 미사일인 하푼을 기반으로 한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AGM-84E SLAM을 추가로 개량해 사거리를 늘리고 기능을 확장한 모델이며, 현재는 더 발전된 AGM-84K가 개발되어 있다.
 SLAM-ER은 연장된 한 쌍의 주익을 달아 270km가량의 사거리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또 기본적인 GPS/INS 외에도 종말유도용으로 적외선 시커를 장착했는데, 이것으로 획득한 영상을 데이터링크로 발사모기에서 확인해 탄착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따라서 정밀도가 높고 대함-대지 공격이 모두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다.
 발사된 SLAM-ER들은 고도를 낮추고 해수면 위로 저공비행을 실시했다. 위로는 32발의 SDB, 아래로는 24발의 순항미사일. 합계 56기나 되는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구레였다.
 

  1월 6일 월요일 10:25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시

 잔잔하던 구레 항 앞바다에 파랑이 일었다. 닻을 내리고 묘박해 있던 1수송대 함정들은 갑작스런 공습경보에 비상종을 울리며 황급히 기동을 준비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육자랑 공자는 뭘 하고 있는 건가!”

 오오스미 함장 이치츠보 히데아키(市坪 秀明) 일등해좌는 함교에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군이 큐슈 북부 일대에 선정된 몇 개의 목표에 공습을 할 것이라는 사실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공격이 이곳까지 들이닥친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조금 전 8고사특과군에서 항만사무소를 통해 전달한 바에 의하면 최소한 수십 기의 폭탄이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다고 한다. 자기 일 외에는 관심이 없던 이치츠보 일좌는 한국 전투기들이 대체 어떻게 세토 내해 안까지 들어와 이곳을 향해 공격을 가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겁한 춍들이 속임수를 쓴 거야!”

 개전 전부터 1수송대는 유사시 13여단을 태우고 쓰시마 섬으로 지원을 가기 위해 작업에 매달려 있다가 병력과 장비의 적재를 마친 뒤에는 에타지마 섬을 옆에 두고 닻을 던진 채 묘박해 있었다. 멀리 가지도 않을 것인데 굳이 항만에 머무르지 않았던 이유는 구레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한국군의 공습을 우려해 나가달라고 ‘정중히’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로는 구레 앞바다에 닻을 내리고 주욱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13여단의 승선 작업을 마친 뒤 나가사키 인근 해역에 집결해 있는 자위함대 쪽으로 가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고, 쓰시마 섬으로의 증원 임무를 맡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먼 곳으로 피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8고사특과군 예하 332 고사중대가 전개해 있는 구레 인근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이 임무와 안전 면에서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을 향해 공격이 들어오고 있었다. 공대함 공격이라는 말은 전혀 없었지만 폭탄이 이곳까지 들이닥친다는 이야기에 이치츠보 일좌를 포함한 1수송대 지휘관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향한 공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응할 무기라고는 2문의 20밀리 팰렁스 밖에 없는 오오스미급 수송함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아, 참! 팰렁스는 가동하고 있나?”

 고성능 레이더와 화기관제장비를 갖추고 있는 팰렁스는 연안의 복잡한 항만 일대에서는 항만관리시스템이나 다른 선박에 피해를 줄 수도 있고 오발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꺼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은 전시에 접어든 지금 1수송대 함정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근처에 한국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후방에 대기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포술장이 자리를 비워서 지금 찾아보고 있습니다.”

 “뭐야? 아직 가동을 안 했다는 건가?”

 “아니… 지금 즉시 가동하겠습니다!”

 이치츠보 일좌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괴성이 터져 나왔다.

 “이 머저리들! 다 끝장이야!”


 해상에서 1수송대가 갑작스런 상황에 허우적거리는 사이 지상에서는 침착하게 요격 준비에 들어갔다. 구레 항 일대에 산재해 있는 해상자위대 시설과 함정을 보호하기 위해 전개된 중부방면대 8고사특과군 332고사중대는 세토 내해로 내습한 한국 공군이 폭탄을 투하한 뒤부터 그 존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요격합니까?”

 “으으음….”

 8고사특과군 332고사중대장 츠네마스 토시하루(恒益 俊春) 삼등육좌는 코를 비틀어대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레이더에 포착된 폭탄은 총 32발이었다. 100km 밖에서 떨구고 갔으니 미사일로 의심할 수도 있었지만 비행 특성으로 보아 활공폭탄인 것이 분명했다. 아마 한국 공군이 최근에 도입한 SDB 아니면 KGGB인 것이 틀림없었다.
 츠네마스 삼좌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그가 알기로 두 체계는 모두 이동목표에 대한 공격능력이 없는 것들이었다. SDBⅡ나 LJDAM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두 체계 모두 아직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지금 날아오고 있는 물건들이 한국 공군의 숨겨둔 비밀병기이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움직이는 1수송대 함정들을 맞출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또 다른 공격을 은폐하고 이곳에 전개한 03식의 탄약을 소모하게 하는 것. 그리고 남은 하나는 바로 332고사중대에 대한 직접 제압을 실시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03식 자체 레이더로는 원거리에서 무장을 투하하고 도망간 한국 공군 전투기를 직접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폭탄으로 주의를 끈 다음 다른 경로로 들어온 공격 부대가 미사일을 발사해 실질적인 타격을 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했다. 마찬가지로 구레 인근에 전개한 332고사중대의 존재 역시 언론 등으로 보도가 됐거나 인공위성 등으로 추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폭탄으로 이쪽에 대한 직접 제압을 시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츠네마스 삼좌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이 일대의 방공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주요 호위 대상인 1수송대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중대 지휘관으로서 중대를 노리고 오는 것일 수도 있는 위협 또한 무시하기도 힘들었다.

 “할 수 없지. 즉각 요격 실시한다. 파편 피해가 없도록 가급적 해상에서 요격 실시해.”

 “예!”

 그의 명령에 따라 중대는 요격 태세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사격 태세로 방열해 있던 발사대에서 굉음과 함께 차례대로 미사일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쿠쾅! 쿠아아아~! 쿠쾅! 쿠아아아~!

 길이 4.9미터의 미사일이 화염과 함께 상공으로 연달아 치솟았다. 갑작스런 사격에 놀란 시민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날아간 미사일들은 수십 km의 짧은 여정 뒤 곧 표적과 맞닥뜨렸다.

 “명중. 명중. 요격 순조롭습니다.”

 1차로 날아간 03식 미사일들은 목표로 하던 SDB를 모두 잡아냈다. 미사일에 맞서 회피기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ECM을 거는 것도 아닌 활공유도폭탄은 레이더 반사면적이 극도로 작은지라 까다롭긴 하지만 포착만 된다면 꽤나 수월한 표적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문제되는 것은 폭탄의 수량이 많아서 모두 요격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세 번의 요격기회를 가져야 전량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할 텐데 사거리가 길지 않다보니 시간이 촉박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오금을 조이며 콘솔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통신사관이 휴대전화를 들이밀며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다.

 “중대장! 공자 후배에게서 메일이 왔는데 13분 전 12기 이상의 한국 공군 전투기들이 간몬 해협을 통과했답니다!”

 “뭐? 13분 전이면…!”

 13분 전에 통과했다면 지금의 공격과도 시간이 대충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12기 이상의 전투기라면 지금 날아오는 폭탄과 비교해 봐도 숫자가 한참 남는다는 것이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츠네마스 삼좌는 소리쳤다.

 “공자 이 멍청한 놈들! 왜 통보를 안 해 주는 거야!”


  1월 6일 월요일 10:33  히로시마(廣島)현 구레(吳)시

 분고 수도(豊後水道) 북쪽으로 걸쳐 있는 여러 섬들을 징검다리 밟듯 따라가며 자신의 존재를 은폐한 24발의 SLAM-ER은 구라하시(倉橋) 섬을 넘어서는 것과 동시에 332고사중대의 레이더에 똑똑히 포착됐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남은 거리는 약 12km. 아직도 허둥거리며 황급히 이동하고 있는 1수송대의 모습이 적외선 시커에 잡혔다.
 섬을 타고 넘어 바다로 나온 미사일군은 구레 항 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닛신세이코 공장을 오른편으로 두고 1수송대를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바다 위에는 어선이나 화물선, 연안 페리 같은 민간 선박들이 많이 있었지만 시커에서 획득한 정보로 발사모기에서 직접 통제하며 최종 돌입을 실시하는 SLAM-ER은 현혹되는 일 없이 목표를 향해 일직선을 그려 나갔다.
 그 위로 급히 발사된 03식 미사일들이 덮쳤다.

 -쾅! 콰쾅콰앙~!

 위쪽에서부터 비스듬히 날아와 꽂힌 03식 미사일의 탄두가 SLAM-ER을 직격하면서 수면 위로 수천 개의 파문이 그려졌다. 불꽃과 검은 연기가 뒤범벅된 폭발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며 삽시간에 대여섯 기의 미사일이 사라졌다. SLAM-ER의 경우 종말 단계에서 최신예 대함미사일처럼 복잡한 회피기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중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장전된 미사일 중 2/3를 SDB의 요격으로 돌려 소모한 332고사중대에게는 시간과 탄약 둘 다 남아있지 않았다. 선두 미사일군의 희생을 발판으로 매캐한 화연을 뚫은 나머지 미사일들은 이미 지근거리까지 접근해 있었다.

 -부아아아아압~

 남쪽을 향해 빨랫줄같이 탱탱한 예광탄 줄기들이 뻗어나갔다. 오오스미급 수송함의 함교 앞뒤에 설치된 팰렁스가 대응을 시작한 것이다. 1수송대 소속 3척의 오오스미급이 장비한 팰렁스는 총 6문. 그러나 남쪽에서 다가오는 미사일 세례를 향해 대응할 수 있던 것은 그 절반인 3문에 불과했다. 함수를 모두 북쪽으로 향하고 이동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함수 방향에 있던 팰렁스의 사격각도를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쾅! 콰앙!

 빛줄기가 뻗어나간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대여섯 발의 20밀리 관통탄을 얻어맞은 미사일은 허공에서 두 쪽으로 튕겨나가면서 수면에 우르르 처박혔다. 물수제비라도 뜨듯 예닐곱 번이나 수면 위로 파파팟 튕겨나가는 터보팬 엔진 잔해가 눈에 띄었다.

 “요격 성공! 요격 성공!”

 콘솔로 요격 과정을 지켜보던 함교 요원들이 뛸 듯이 기뻐했지만 지금까지 요격된 미사일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레이더 화면에 점멸하는 남은 미사일들의 항적을 지켜보며 이치츠보 일좌가 소리쳤다.

 “모두 충격에 대비해라!”

 그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부질없는 채프 구름과 예광탄 사이로 검은 연기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미사일이 첫 번째 명중탄을 냈다. 대열 가장 남쪽에 있던 LST-4001 오오스미의 함미 쪽에 수평으로 날아온 미사일은 외벽을 관통한 뒤 탄두를 기폭시키며 도크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콰콰쾅~!

 첫 번째 폭발에 도크에 수납되어 있던 LCAC 두 척이 그대로 파편과 폭풍을 뒤집어썼다.
 해상자위대 자체 분류로 전차 수송함, LST에 속하는 오오스미는 일반적인 LST와는 달리 함미에 LCAC 두 척이 계류 가능한 대형 도크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LPD나 LSD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공간은 필요에 따라 다른 차량과 장비를 적재하는 것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하필 지금은 1수송대가 구레에서 정중하게 퇴출당하는 바람에 마땅히 둘 곳이 없던 LCAC가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이곳을 미사일이 강타하면서 실려 있던 두 척의 LCAC는 적재하고 있던 차량들과 함께 처참하게 파괴됐다.
 함 전체가 들썩거릴 충격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미사일이 현측을 노리고 날아왔다. 그리고 곧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콰왕! 콰쾅!

 SLAM-ER에 탑재된 WDU-40/B탄두는 중량 360kg으로, 기존의 하푼보다 훨씬 무겁고 티타늄으로 관통 능력이 강화된 물건이었다. 현측을 뚫고 들어간 탄두가 내부에서 폭발하자 차량갑판에 줄지어 정렬해 있던 고기동차와 트럭들이 휩쓸리며 탄약과 연료가 잇달아 유폭했다. 안에 탑승하고 있던 승조원이나 13여단 병력들 역시 그 와중에 변변한 비명소리조차 내보지 못한 채 갈기갈기 찢겨지고 새카만 숯덩이가 되어버렸다.
 3발을 얻어맞은 오오스미가 함 기능을 상실하고 멈춘 뒤 나머지 미사일들이 다른 함정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동급 2번함인 시모키타(しもきた)와 3번함 쿠니사키(くにさき) 역시 사이좋게 3발씩을 얻어맞았다. 폭발과 폭발, 그리고 폭발. 아홉 차례의 폭발 뒤 441명의 승조원과 980명의 13여단 선발대를 태우고 있던 1수송대 수송함 3척은 불타는 관짝으로 변해 있었다. 항만과 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사이렌처럼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이번 공격에서 주의를 끌고 탄약을 소모하게 하는 역할을 맡아 큰 활약을 보여준 GBU-39 생존자들이 구레 앞바다에 생존 신고를 해온 것이다.
 먼 거리를 활공하며 날아온 폭탄들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였다. 미사일과 거의 동시에 착탄하도록 계산되어 투발됐다가 살아남은 8발의 폭탄은 1수송대의 화려한 불꽃놀이의 대미를 장식이라도 하듯 치솟는 화염과 쿨럭거리는 검은 연기구름 사이로 차례차례 퐁당퐁당 입수했다.
 그러나 그렇게 끝을 장식하기에는 조금 심심했는지 마지막 한 발의 폭탄이 일을 벌였다. 마지막 폭탄에 입력된 좌표는 얄궂게도 처음 불꽃놀이를 개막한 오오스미의 갑판 한가운데였다. 어떤 우연의 일치로 눈 감고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선정해 입력된 그 좌표 위에 도망치다가 몰매를 맞은 오오스미가 떡하니 놓여 있던 것이다. 그런 행운을 사양할 리 없는 마지막 폭탄은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갑판을 향해 힘껏 내리꽂혔다.

 -뙇!

 특수 아스팔트와 강철 갑판을 꿰뚫은 SDB는 약소한(?) 50파운드 탄두를 격발시키며 이 소동에 폭음을 하나 더했다. 멀리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대낮에 벌어진 참극을 애도하듯 고막을 두드렸다.


  1월 6일 월요일 10:35  도쿄(東京)도 신주쿠(新宿)구 이치가야(市ケ谷). 방위성 청사 A동 지하 3층 자위대 중앙지휘소

 “우려했던 민간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폭발 충격으로 주변 건물 유리창들이 깨진 정도고, 인명피해 역시 폭탄으로 인한 것은 전무, 다만 인파가 대피하던 와중에 부상자가 6명 발생했다는 보고입니다.”

 “터널은? 다리는?”

 총리는 간절한 심정으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 기대를 여지없이 배신했다.

 “터널 3개는 모두 입구가 파괴됐습니다. 국토교통성 전문가들이 자세히 점검을 해 봐야 알겠지만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잔해와 추가 공습 때문에 당장 개통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리고 간몬교는….”

 “알아, 안다고! 내 눈으로 봤으니까!”

 2천 파운드급 레이저 유도폭탄 2발에 높이 141미터의 트러스 주탑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기울어지는 장면은 HD고화질로 전 세계에 생생히 중계됐다. 그리고 지금도 30초마다 모든 채널에서 반복적으로 틀어주고 있었다.
 주탑과 상판이 연결되는 부분을 강타한 레이저 유도폭탄은 교량 전체를 곧바로 붕괴시키지는 못했지만 회복할 수 없는 데미지를 입혔고, 총연장 1068미터의 간몬교는 현재 1/3쯤 부러진 채 천천히 쓰러져가는 주탑과 한계까지 몰린 주케이블, 그리고 가닥가닥 끊어지기 시작한 수많은 행어(hanger)들이 토해내는 끔찍한 소음들로 잠시 후 벌어질 극적인 장면을 예고하고 있었다. 몇 분 이내로 주탑이 쓰러지고 나면 교량의 전면 붕괴가 안방까지 생생히 전달될 것이다.

 “망신, 망신, 국제 망신이요! 도대체 미리 예고한 공격조차 하나도 막아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건가! 공자는 뭘 하고 있었소!”

 시미즈 공막장은 억울한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아직 전술기 재배치가 원활하지 않아 출격할 수 있는 숫자가 적었습니다. 간밤부터 소수 기체로 계속 혹사당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출격한 기체들은 열세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격추 스코어를 올렸습니다. 지금 최선을 다 하고 있으니….”

 그러나 총리에게는 어디서 개가 짖는 소리로만 들리는 모양이었다.

 “애초에 서부항공방면대가 한 시간 만에 박살난 것도 공자가 삽질한 덕택 아니요? 이제 와서 억울하다는 투는 집어 치우시오! 이런 젠장! 육자는? 그 근처에 대공미사일 하나도 없었소?”

 화살은 육상자위대로 향했다. 지조 육장은 최대한 총리와 눈을 마주치지 않게 노력하면서 대답했다.

 “수도방위집단에서 차출된 중대들은 한두 시간은 더 있어야 도착할 수 있습니다. 중부방면대는 쓰시마에 파견하고 남은 3개 고사중대 중 2개는 고마츠 기지에 파견했고, 하나는 구레에 파견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여력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물어뜯을 것처럼 으르렁거리던 총리는 해막장과 눈이 마주치자 할 말도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정식 개전 이후 도대체 한 일이 뭐냐는 식의 그 태도에 니시무라 해막장은 모멸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이제 새벽에 거둔 쓰시마에서의 승리는 모두 물거품이 된 거나 마찬가지요! 한국군의 예고 공습이 전 세계에 중계되는 가운에 자위대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고 공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전쟁은 한국군 한두 명을 더 죽여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오? 중요한 것은 자본이요 자본! 이런 식으로 막대한 피해가 늘어나고 정부가 무기력하다고 인식되면 당장 신용평가 전망이나 투자자본 쪽에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니까! 해사보험은 누가 책임질 건가!”

 전쟁은 총칼이 오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개전 전부터 촉발된 긴장에 신평사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고, 자본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정식 개전이 이루어진 오늘부터 도쿄 증시는 폐장된 상황이었지만 그 이전에 빠져나간 자본만 해도 상당한 규모였다.
 거기에 해운 관련 보험 역시 큰 문제였다. 아직 해상에서는 자위대의 우세가 지켜지고 있는 가운데 지대함 미사일에 상륙전대가 깨져 나간 것을 제외하곤 전투가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영토 내에서 한국군이 이렇게 제집 드나들 듯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금 전 통산성에서 뽑아온 예상 수치를 본 총리는 피가 거꾸로 솟을 뻔 했다.

 “난 평화를 걷어차고 전쟁을 계속하기로 한 결정에 정말로 회의를 품고 있소! 우리가 쓰시마만 지켜내고 나면 한국이 두 손 들고 항복하러 올 거라고 말하던 정신 나간 작자들은 다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군! 오히려 우리는 지금 두 손을 묶인 채 신나게 파운딩 당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렇게 씩씩거리고 있는데 문득 회의실 안에 켜진 텔레비전이 그의 주의를 끌었다. 처음에는 간몬 해협 장면이겠거니 했는데 아무래도 새로운 영상들이 반복되어 나오고 있었다.

 “거기, 뭐야? 볼륨 좀 높여봐.”

 비서관에게 지시한 다음 안경을 쓴 총리는 하마터면 턱이 떨어져 나갈 뻔 한 충격을 겪어야 했다. ‘구레 생중계’라고 찍힌 자막 위에서는 바다 위에 무언가가 처참하게 타오르는 장면이 요란스럽게 방송되고 있었다.

 “저, 저 저저….”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아 어버버 하고 있는데 전화를 받아든 시미즈 공막장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지조 육장 역시 송수화기를 든 채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장 한심한 것은 니시무라 해막장이었는데, 그는 화면에 나온 그것이 무엇인지 단박에 알아채고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딘가로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나마 전화라도 온 공자나 육자와 달리 해자는 막료장이 직접 걸어야 하게 된 것이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카지 마사가즈 방위대신이었다.

 “저거 구레 1수송대 아닌가! 1수송대가 공격을…!”

 자위대 지휘체계의 동맥경화는 이번 짧은 전쟁 기간 동안에도 몇 번이고 지적된 것이었지만 지금 이 장면만큼 여실히 드러내 주는 것은 없었다. 한국 공군 전투기들의 세토 내해 진입을 파악한 항공자위대, 폭탄을 레이더로 포착하고 요격을 실시한 육상자위대, 그리고 직접 미사일을 얻어맞은 피해 당사자인 해상자위대 그 어느 곳에서도 상부로 올라오는 보고 체계가 텔레비전 생방송을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자위대와 일본 정부 수뇌부는 1421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봐야만 했다.
 털썩. 다리에 힘이 빠진 총리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주위에 비서관과 막료장들이 황급히 일으키려 했지만, 총리는 부축을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텔레비전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큐슈가… 놈들은 큐슈를 고립시키려는….”


---------------------------------------------------------------------------------------------------------------------


카페인을 끊어야 하는데...(쿨럭)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메모장